중고차업계, 성능점검사업 재개 ‘구설수’

일부 매매사업조합 직·간접적으로 관여…2005년 전으로 ‘회귀’

이상민 smlee@enewstoday.co.kr

 [이뉴스투데이 이상민 기자] 중고자동차의 성능 상태를 점검,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한 차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성능상태점검제도’가 지난 2005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제도는 최초 도입 당시 거래 당사자인 매매사업자에게 맡겨졌다가 허위·부실 점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자 지난 2005년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자동차 매매업자를 배제하고, 교통안전공단과 일정 자격을 갖춘 정비사업자, 성능점검 및 보증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자동차진단보증협회)와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등 특정 기관에 권한을 부여했다. 현재 교통안전공단은 ‘수익성’을 이유로 이 사업을 접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충북·대전지역을 비롯해 일부 매매사업조합들이 이른바 정비업체를 설립, ‘바지 사장’을 세워 놓고 2005년 이전처럼 성능점검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예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자동차관리사업자 단체의 공제조합 설립이 어렵게 되자 매매사업조합이 자구책으로 다시 성능상태점검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조합들은 시설 기준이 상대적으로 쉬운 소형 정비업체(사업장 면적 400㎡)를 자동차매매시장 주변에 설립한 후 전용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장’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도장부스 등과 같은 시설은 최초 사업장 인가를 받고 나면 ‘창고’로 전락해 버린다. 이들 업체들은 일반적인 소형 정비업체와는 달리 주 수익 모델을 보험정비수리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내에선 이들 정비업체들과 성능점검사업 시행기관인 자동차진단보증협회나 자동차기술인협회와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선 딜러나 매매상사 입장에선 보증은 나중 문제고 일단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성능점검 업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어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그 업체가 매매사업조합과 관계가 있다면 고민할 여지도 없다.

 판매 당사자가 자동차의 상태를 점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 성능점검기관에서 배제된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와 관련, 자동차기술인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매매조합이 이런 식으로 하나 둘 성능상태점검 사업장을 늘려 나간다면 중고차 시장은 지난 2005년 전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성능상태점검제도가 도입된 기본 취지가 자꾸 희석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정부는 불·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성능점검업체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능상태점검제도는 소비자가 중고차 구입 시 해당 차량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 및 이에 대한 품질을 보증해 주는 것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매매업자는 자동차 매매·알선시 반드시 매도인에게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발급해야 하며 점검사항에 대한 30일 또는 2000㎞까지 품질 보증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 많은 논란 속에서 시작됐지만 그동안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 초기와 정착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과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그동안 성능상태점검제도는 허위 기록부 남발, 소비자에 대한 기록부 교부 기피, 부실한 점검과 무자격자 점검, 사후 보증수리 회피 등으로 중고차 분야의 민원 1순위를 기록해 왔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상사 또는 딜러와의 유착에 의한 적당한 타협 ▲시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한 허술한 진단 ▲기술적 한계에 따른 세밀한 진단의 미흡 등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사장마다 천차만별인 성능상태점검비용은 적게는 5000원에서부터 많게는 7∼8만원까지 받고 있으며, 5000~1만원을 받는 자동차정비업체의 경우 대부분 무보증으로 소비자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기사입력시간 : 2013년 06월18일 [10:15] ⓒ ⓒ 이뉴스투데이